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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 / 미즈키 아키코 지음 / 윤은혜 옮김 / 중앙북스 출판 / 2013년 출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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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 / 미즈키 아키코 지음 / 윤은혜 옮김 / 중앙북스 출판 / 2013년 출간

TEKI 2021. 10. 13. 00:02

퍼스트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 비행기 1등석 담당 스튜어디스가 발견한 성공 습관
미즈키 아키코 지음 | 윤은혜 옮김 | 알키 | 2013년 09월 02일 출간

유튜버 이연의 한 영상에서 잠깐 언급한 책이었는데, 제목이 인상 깊어서 펼쳐본 책이다. 승객과 스튜어디스가 사적인 대화를 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몇 가지 인상 깊었던 경험담들이 있었다. 13시간 비행에 책을 여덟 권 (당시에는 다 종이책이었을텐데) 가져와 모두 읽었다는 승객, 본인의 기내 스케줄을 시간순으로 메모해서 승무원에게 준다는 승객, 감사의 표시로 감사(感謝)를 붓글씨로 쓴 카드와 진주를 주었다는 진주 회사의 회장이라는 승객 등. 그리고 펜과 작은 메모지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습관, 손글씨로 감사 인사를 적은 카드로 감사 표현을 하는 것, 비행기처럼 전자기기와 다른 사람, 다른 상황에서 동떨어진 공간에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휴식하는 것 등 참고할만한 삶의 태도나 습관도 몇 가지 있었다. 또 기내 식사에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비행기에서 식사를 하면 꼭 소화가 안돼서 항상 과일 식단을 신청했던 기억이 났다. 비행기를 못 탄 지 너무 오래돼서 그립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이 책은 수필보다는 자기 개발서에 가깝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2013년에 출간된 자기 개발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얼마간 읽다가 덮어버렸다. 그리고 좋은 내용도 물론 있었지만, 대체로 비판적으로 읽게 되는 책이었다. 특히 내용이 경험담과 작가의 감상에 의존하다 보니 너무 그들을 우상시하는 것 같은 불편함을 포함해 여러 가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기내에 탑승하는 승객의 모습을 보면 대부분 가벼운 가방 하나와 다른 한 손에는 책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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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는 기내에서 승객이 석간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자네가 다니는 이 항공사 말일세, 이번에 굉장히 적자가 났다고 신문에 실렸더군. 예전 경영진의 사업 투자가 실패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하던데 회사 내부에서는 어떤 얘기가 오가고 있나? 다음번 성과급 금액에도 영향이 클 텐데.”

  내가 모르는 내용인 데다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이럴 때일수록 응원해주시는 승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라는 뻔한 대답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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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스트클래스 승객들은 얼마나 세세한 내용까지 메모를 하는지 모른다. 보고 있는 내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 메모를 하는 것은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하는 경영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습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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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는 “저는 ○○인 줄 알았습니다”, “저는 ○○로 할 생각이었는데요……” 하고 변명을 늘어놓기 바빴다. 이런 태도는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생각했든, 나는 ○○라고 생각했다’ 또는 ‘확인은 안 했지만, 일부러 실수한 건 아니니까 화내지 마세요’ 이런 속마음이 숨어 있는 뻔뻔한 태도다. 변명을 하면 할수록 평판은 더욱 나빠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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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본인의 기내 스케줄을 시간순으로 메모해서 승무원에게 건네주는 승객이 있다. 몇 시까지 취침할 것이며 몇 시에 식사 서비스를 달라 하는 자신의 개인 스케줄을 메모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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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승 후 옷을 갈아입고 짐 정리가 끝나자마자 기내에서 할 일을 정리하는 승객이 많이 있다. 사무실도 아닌데 웬 할 일 목록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비행기 타는 일이 워낙 잦기 때문에 비행시간이 특별히 설레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10시간이 넘는 지루한 시간 동안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 리스트를 적는다고 했다.

  할 일을 다 정리하면 우선순위를 매겨서 순서대로 나열한다. 우선순위 목록을 만들어 긴 여정 동안 시간을 알뜰히 활용하려는 것이다. 가령, 식사와 취침, 독서, 업무, 영화 시청 등의 일정을 나름 정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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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메모를 할 때는 들은 내용을 요점만 간추려 적는다. 고유명사와 핵심 주제, 숫자는 특히 신경 써서 빠뜨리지 않고 적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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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승객이 나의 서비스가 마음에 드셨는지 자신의 재킷을 가져오라고 했다. 재킷을 가져가자 가슴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봉투를 꺼내 나에게 건네주셨다. 그 안에는 멋진 붓글씨로 ‘감사(感謝)’라고 쓴 카드와 가공되지 않은 진주가 들어 있었다. 일본의 유명한 진주 회사의 회장이었다.

  회장님께 그 종이봉투에 대해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나이가 있다 보니 해외에 나가서 고마운 서비스를 받아도 영어가 서툴러 고맙다는 마음을 전달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붓으로 정성 들여 ‘감사’라고 쓴 카드를 건네면서 진주로 고마워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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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감사 카드’는 다른 사람과 마주하면 쑥스러워서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수줍음 많은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글로 적어서 전달하면 말실수를 할 일도, 잘못 이해해서 오해가 생길 일도 없으니 더욱 안심이다. 그러니 언제 어디서든 작은 카드와 펜을 빼놓지 말고 가지고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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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사람 중에는 마니아가 많다. 자신이 관심 갖고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수집한다. 또 자신의 관심사를 통해 관련 지식을 배우고 교류도 하고 있다. 이런 열정과 순수함이 편안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자기 치유의 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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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스트클래스 승객은 기내에서도 식사에 매우 신경을 쓴다. 예를 들면 샐러드 하나를 먹을 때도 개인 드레싱을 지참하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기름 종류를 넣지 않고 소금만 약간 뿌려서 먹는 승객도 있다. 특별한 병이 없음에도 본인이 무엇을 먹고 먹지 말아야 할지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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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하는 승객은 대부분 평소에는 항상 시간에 쫓기며 분초를 다투어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퍼스트클래스에 탑승해서까지 일에 매달리는 승객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비행기 안에는 휴대전화의 전파가 통하지 않는다. 비행기에 타고 있는 시간만큼은 거추장스러운 전화기로부터 완전한 해방인 셈이다. 이렇게까지 공공연히 그 어떤 방해도 존재하지 않는 개인적인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은 다른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퍼스트클래스의 승객들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 곧바로 완벽한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태세를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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