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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출판 / 2004년 출간 (원작 1942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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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출판 / 2004년 출간 (원작 1942년)

TEKI 2021. 10. 17. 16:07

이방인
알베르 까뮈 지음 |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02월 12일 출간

뫼르소가 일인칭 시점에서 풀어가는 본인의 이야기는 조금 불쾌하다 싶을 정도로 찜찜하다. 생각의 흐름이 마치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싶었는데, 그보다는 아주 오랜 시간을 우울한 감정과 살아온 사람으로 보인다. 뜨거운 햇살이나 그 아래 부스러지는 바다, 또는 정욕에 대해서는 어떠한 감정을 드러내지만, 어머니를 잃거나 살인을 한 일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이방인과 같았다는 점에서 그랬다. 감옥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이 모든 일이 남의 일인 양 무관심하다가 사형 선고를 받은 후에야 그는 삶에 대한 미련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감정을 드러낸 것은 사형 일을 기다리던 중 신부가 찾아온 날이었다. 뫼르소가 숨이 차도록 쏟아낸 말에는 끝없는 무력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의 말을 들은 신부는 눈물이 괸 눈을 하고 아무 말 없이 나가버린다. 그 신부야말로 무력한 상황에서 신을 찾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행복하다고 말하고, 사형 집행 날 많은 구경꾼이 증오의 함성으로 자신을 맞아주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이야기한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성실한 직원이었고, 홀로 어머니를 부양했으며, 법정에서 끝까지 그를 지지한 친구와 연인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그가 느끼는 공허함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 그래서 죽음을 눈앞에 두기 전까지 스스로 완전한 이방인이었다는 점이 끝까지 여운을 남긴다.

 


 

"나는 이미 한 번 말했던 것처럼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아마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감옥에 있으면 시간 관념을 잃어버리고 만다는 얘기를 읽은 일이 있었지만 그때는 그러한 것이 나에게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했었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길고 동시에 짧을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지내기는 물론 길었지만, 너무나 길게 늘어나서 하루하루는 넘쳐 서로 겹치고 마는 것이었다. 세월은 이름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어제 혹은 내일이라는 말만이 나에게는 의미를 잃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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