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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기

TEKI 2021. 10. 1. 23:44

"어릴 때는 책벌레 소리를 들었는데…."라는 핑계는 이제 식상하다. 책은 무거우니 핸드폰만 있으면 볼 수 있는 전자책을 개발했지만, 독서량은 더 줄었다. 하지만 책을 멀리하다 보면 더 읽기 어려워진다.

좋아하는 책 유튜버가 있다.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끌었던 한 영상에서 순수하게 책을 사랑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다른 영상을 몇 개 더 찾아보았는데, 별것 아닌 말 한마디를 할 때도 깊은 바다처럼 잔잔하고 기품이 흘러 나도 꼭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방 한가득 쌓인 책들이 그분의 말의 깊이와 품격을 만들었다는 건,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제라도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해야겠다고, 이번엔 진짜로 읽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아니, 마음만 먹었다.

진짜로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브런치에서 본 어떤 글의 제목이었다.

"10년 동안 책 670권을 읽으면 일어나는 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사실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10년 동안 꾸준히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부러웠다. 10년 동안 670권을 읽으려면 며칠 안에 한 권을 읽어야 할까 계산해보았다.

10년 × 365일 ÷ 670권 = 5.45일/권

5일에 한 권만 읽어도 충분히 가능한 수치였다. 그래서 '꾸준히 책'을 시작하기로 했다.

 

책 구하기

결심을 하자마자 인터넷 서점을 찾아 들어갔는데 이게 웬걸, 24시간 옳은 곳은 휴면 회원이 되어있었고, 향기가 좋은 곳과 중고 서점이 유명한 곳은 아이디부터 찾아야 했다. 하지만 더 문제는 장바구니에 몇 권 담지 않아도 10만 원을 훌쩍 넘어가는 가격이었다.

이제는 독서도 비싼 취미인가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릴 적에는 책을 읽기 위해 돈을 모아야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학교 도서관과 시립 도서관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도서관이 무료로 책 빌려주는 곳이라는 사실을 정말 오랫동안 잊고 살았구나 싶었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한동안 도서관 대여도 드라이브스루로 운영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거나 직장 생활을 하면 도서관 운영 시간에 맞춰서 방문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 주말에는 쉬고 싶으니까.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것이 전자책 도서관이었다.

사실 전자책으로 발행된 책은 많지 않다. 하지만 집에서 손가락만 움직여서 책을 빌려 읽다 보면 그 책이 다 내 책인 것 같은 착각이 들어 책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 덜어진다. 게다가 대학교 학생이라면, 또는 주변에 대학생인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대학 전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면 적어도 2개 이상의 전자 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아무래도 무료로 운영하다 보니 UI가 불편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만큼 유용하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는 최근에 많이 보이는 독서 방법이다. 대표적인 몇 가지 서비스 중에 옆 동네 밀 씨가 운영하는 서재를 사용해보았다. 무료로 한 달을 사용해보았는데 장단점이 확실했고, 개인적으로 더는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말 읽고 싶은 책은 전자책으로 출판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유료 구독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 읽기

어렸을 적에는 책을 재미로만 읽었다. 그래서 읽은 양에 비해 기억하지 못하는 책들이 많다. 또, 지금과는 다른 그 당시의 내 생각을 글로 남겼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책을 읽되, 몇 가지 규칙을 정해서 읽을 계획이다.

첫째는 책을 다 읽으면 '꾸준히 책' 프로젝트에 글 올리기.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짧게라도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좋은 문장을 발췌하는 식이면 분명 책의 반절은 복사해서 붙일 것이라는 걸 잘 안다. 그래서 꼭 짧은 글로 책에 대한 느낌과 감상을 남길 수 있도록 내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래야 나중에 아, 이런 책을 읽었는데 이런 느낌이었었지 라고 쉽게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둘째는 책 한 권을 다 읽지 않아도 글 올리기. 사실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전자책이면 더 그렇다. 그런데 '책을 읽고 독후감 쓰기'에 길들어 있어서 책을 다 읽지 않으면 왠지 독후감을 쓰기 어려운 느낌이 든다. 그런 감정은 곧 독후감에 대한 부담감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내가 읽고자 했던 내용을 다 읽었다면, 읽은 내용에 대해서만 글로 남기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은 고치지 않기. 블로그에 올리는 만큼 내 생각을 너무 날 것으로 올리기엔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과거의 한 시점에서 내가 한 생각은 유일무이하다. 또 지금 당장은 부끄럽거나 틀린 생각이나 말로 보여도 시간이 더 지나고 보면 다른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전의 글은 수정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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