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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 헤르만 헤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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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 헤르만 헤세

TEKI 2022. 4. 7. 21:54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산문집
헤르만 헤세 지음 | 반니 | 2019년 12월 30일 출간

취미로 식물을 키운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들였던 식물은 물 주기를 잊었거나 물을 너무 많이 줘서 다 죽고 없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계속 새로운 식물을 들이다 보니 지금은 화분이 열몇 개가 있다. 식물을 키우는 것은 사실 아주 고되다. 분이 조금만 커져도 들기에 버겁도록 무겁고, 예쁜 화분일수록 더하다. 벌레는 끊임없이 꼬이고, 조금만 물 조절을 잘못해도 과습으로 병들어버린다. 그래도 필요한 것만 잘 챙겨주면 하루가 다르게 파릇파릇 자라는 게 뿌듯하다. 그리고 몸이 힘들다 보니 그동안은 어떤 잡념이든 다 비우고 머리를 식힐 수 있다. 그래서인지 식물 그 자체보다도 식물을 가꾸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 그 시간이 있어서인지 문장 하나하나가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산문집이고, 나는 그 중 겨우 두 편을 읽었다. 리디 셀렉트에서 서비스 종료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핑계는 있다. 오늘 밀리의 서재에서 구독권을 결제했으니 이제 그 핑계는 유효하지 않다. 스물한 편이 남았으니 반년이면 다 읽지 않을까?

 


 

나의 정원

"정원을 가꾸는 일은 놀이삼아 하면 즐겁지만, 생활과 의무가 되면 즐거움이 사라져버린다."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게 이맘때는 다가올 봄에 해야 할 많은 일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정원에는 아직 눈풀꽃 말고는 모두 죽어 있다. 이곳에서는 봄이 왔다고 저절로 나타나는 게 거의 없다."

"그런데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에게는 이 시기가 마냥 한가롭지만은 않다. 그들은 여기저기 살피다가 지난겨울에 벌써 처리했어야 할 많은 일을 지금껏 미루고 있었음을 문득 깨닫는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중략...) 그런 사람들이라면 도구가 부족하지도 않고, 칼이 녹슬지도 않고, 씨앗 포대가 축축하게 젖어 있지도 않으며, 지하실에 저장해놓은 구근이나 양파가 허술하게 관리되어 썩는 일도 없다. 또한 새해에는 정원을 어떻게 가꿀지 계획도 이미 철저하게 세워놓았고, 필요한 거름도 미리 주문해두었다. 모든 것들이 모범적으로 잘 준비되었다. 찬사와 경탄을 받아 마땅하다. 그들의 정원은 올해에도 열두 달 내내 우리 정원이 부끄러울 정도로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원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았다. 우리 같은 게으름뱅이, 아마추어, 몽상가, 잠꾸러기 정원사들은 봄이 온 것에 화들짝 놀라 이웃집 정원을 보며 감탄한다.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달콤한 겨울잠에 빠져 있는 동안, 부지런한 이웃들이 벌써 해놓은 모든 일을 보고 당혹스러워한다. 우리는 부끄러워하며 벌떡 일어나 바삐 서두른다. (...중략...) 어쨌거나 마침내 우리도 준비를 마치고 일을 시작한다."

"늘 그렇듯이 처음 며칠 동안은 좋은 예감에 들떠서 즐겁게 일하지만, 또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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